월가 전략가 "연준, AI 투자열풍 '인플레'로 오진…금리인상은 정책 실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대규모 자본지출을 경기 과열로 판단해 금리를 올릴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물가를 낮출 공급 능력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반도체 공장 등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늘리지만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공급을 확대하는 만큼 일반적인 수요 충격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6일(현지시간) 웰링턴-알터스의 제임스 손 수석 시장전략가는 최근 발간한 10월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정책 접근법이 AI 투자와 인플레이션을 혼동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 전략가는 "AI 자본지출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며 생산량을 확대하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런 인프라에 쓰이는 모든 돈을 경기 과열의 증거로 보는 것은 생산능력 건설과 기존 생산능력의 소비를 혼동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열풍을 타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토지,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등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손 전략가는 이런 투자가 향후 공급 능력을 확대한다는 점을 연준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발전소와 송전망,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오히려 공급 확대를 지연시켜 장기적인 물가 안정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전략가는 "연준이 생산적 투자 사이클에서 공격적으로 긴축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필요한 바로 그 공급 반응을 억누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가 상승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도 비슷한 정책 실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에너지 공급 충격은 공급 감소로 물가를 끌어올리지만 그 자체로 미국 내 수요가 과도하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손 전략가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과거 유가 충격을 일종의 세금과 같은 것으로 설명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의 실질소득을 줄이고 구매력을 에너지 생산자에게 이전하지만 반드시 통화긴축으로 억제해야 하는 수요 주도형 인플레이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준이 임금이나 기대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격 상승이 확산하는 2차 효과는 경계해야 하지만 최초의 에너지 가격 상승을 경기 과열의 증거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 전략가는 현재 연준이 시장의 금리 전망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예측시장과 채권시장이 연준의 정책 방향을 예상하고, 연준이 다시 시장 가격을 참고해 정책을 결정하면 서로의 전망을 강화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중앙은행이 시장 가격을 지나치게 추종할 경우 사실상 정책 반응함수를 시장에 외주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손 전략가는 향후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경우 경기민감주와 은행, 주택시장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단기 소비보다 구조적인 투자 사이클의 수혜를 받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발전, 전력망 장비, 반도체, 네트워크, 산업 자동화, 물류와 에너지 인프라 등은 중장기적인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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