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워시 의장의 '스필오버'와 '스필백' 경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전 세계 동시 긴축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동시 긴축 행보를 보이면서 그 결말에 대한 비관론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까지 2차례 금리를 올렸다. 영국 중앙은행도 앞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도 7월과 8월에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매파적 행보는 곧바로 글로벌 채권시장 발작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3분기 미국 금리 상승은 무척 가팔랐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의 오름폭은 0.87%포인트(p)에 달했으며 이는 1994년 1분기 이후 가장 컸다. 놀라운 점은 인플레이션이 이런 미 국채 수익률 급등의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 채권시장이 향후 10년간 예상하는 연평균 인플레이션(BEI)은 지난 7개월 동안 0.1%p만 상승했다. 통상 국채 금리 급등은 물가 우려가 견인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물가 상승보다는 연준이 앞으로 12개월간 네 차례나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긴축 장기화 공포가 명목금리를 밀어 올렸고, 이것이 고스란히 실질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귀결됐다. 같은 기간 물가를 반영한 10년 만기 미 국채 실질 수익률은 3%에 근접했으며 이는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직전의 1.7%에서 1% 이상 올랐다. 최근 발표된 9월 미국의 부진한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연준의 '백투백' 우려를 줄이긴 했지만, 10월 확률이 낮아지자 풍선효과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커졌다.
문제는 글로벌 동시 긴축의 파국이 먼저 나타날 곳은 미국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성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글로벌 고금리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한 나라에서 먼저 터질 여지가 크다고 경고한다. 늘 약한 고리 취급을 받던 아시아 신흥국은 최근 인공지능(AI) 붐의 혜택을 받고 있다. 오히려 유로존 대표 경제국인 프랑스가 약한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재정지출 삭감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프랑스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파급효과(Spillovers)와 역파급효과(Spillbacks) 발언은 앞으로 연준의 금리 결정 방정식에 '약한 고리'들의 상황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당시 워시 의장은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을 내리면 미국 경제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 및 타국 경제로 파급효과가 미치며, 반대로 타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나 반응 역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역파급효과를 형성해 양방향 영향이 모두 존재한다는 점을 말했다.
중동 사태나 미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 AI 투자 붐 등 인플레 유발 요인들의 불확실성 탓에 미 국채 수익률 상승세나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곧 끝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국채 수익률 급등세와 연준 의장의 '스필백' 경계 심리는 향후 연준이 무한정 긴축 가속 페달을 밟기 어렵게 만드는 제어장치가 될 공산이 있다. 글로벌 긴축의 방아쇠는 연준이 당겼지만, 정작 파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돼 미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지금 시장이 미국 못지않게 글로벌 '약한 고리'들의 파열음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선임 기자)
liberte@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