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도 겪어본 가계가 덜 위축"…X세대·고DSR서 뚜렷
BOK경제연구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과거 환율 급등을 많이 경험한 가계일수록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1일 공개한 '환율급등 경험과 가계소비 간의 관계 분석' 제목의 BOK경제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반복적인 환율 급등을 거치면서 높은 환율 수준에 대응하는 소비 행태를 학습한 '적응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X세대와 자산이 적은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가계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존 연구에서는 달러-원 환율 상승이 수입가격 상승과 실질 구매력 감소를 통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는 효과에 주로 주목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환율 급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가계 소비의 충격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환율 급등 이후 가계 소비가 크게 줄고 회복도 더뎠지만 이후 IT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이후 환율 급등기에는 소비가 상대적으로 덜 위축됐다.
최 연구위원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해 1998년부터 2024년까지 가계의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가구주의 연령과 과거 달러-원 환율 변동을 결합해 개별 가계의 '환율급등 경험' 변수를 구성하고, 현재 환율 수준과의 상호작용을 살폈다.
분석 결과 과거 환율 급등 경험이 많은 가계일수록 현재 환율 수준이 높을 때 소비를 상대적으로 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구조와 소득·자산·부채 등 경제적 요인을 모두 통제한 모형에서 환율급등 경험과 달러-원 환율 간 관계는 통계적으로 양(+)의 값을 나타냈다. 환율 수준이 높아질수록 환율급등 경험이 가계 소비에 미치는 평균 한계효과도 양(+)으로 전환됐다.
최 연구위원은 이를 "반복적인 환율 급등을 거치면서 가계가 환율 변동에 따른 구매력 충격과 대응 방식을 학습하고, 높은 환율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인식하게 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정책당국의 외환보유액 확충과 통화스와프, 외환건전성 규제 등 거시경제 안정화 노력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소비 품목별로는 이러한 적응 효과가 기초소비재보다 선택재에서 뚜렷했고, 특히 통신비를 중심으로 관찰됐다.
세대별 차이도 컸다.
X세대에서는 환율 수준이 높을 때 환율급등 경험의 소비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으로 나타난 반면 MZ세대에서는 음(-)의 값을 보였다.
최 연구위원은 X세대가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참여와 자산 형성 과정에서 높은 환율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소비 구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적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MZ세대는 대규모 환율 상승을 직접 경험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대응 방식을 학습할 기회가 제한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이 적거나 부채 상환 부담이 큰 가계에서도 적응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자산 하위 계층에서는 환율 수준이 높아질수록 환율급등 경험의 소비 효과가 양(+)의 방향으로 확대됐지만 상위 자산 계층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DSR별로는 DSR이 높을수록 적응 효과가 크게 나타났으며 최상위 DSR 계층에서는 환율급등 경험이 소비에 미치는 평균 한계효과가 전반적으로 양(+)을 나타냈다.
최 연구위원은 "정책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뿐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계의 적응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연구는 환율 급등 경험 변수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업 증가와 소득 감소 등 다른 거시경제 충격의 경험까지 일부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어 환율 자체의 경험 효과와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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