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원화 실질가치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아…엔화는 역대 최저
  • 일시 : 2026-07-26 05:55:01
  • 6월 원화 실질가치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아…엔화는 역대 최저

    작년 11월 이후 최대폭 하락…7월 원화 강세에 반등 전망

    엔화 실질가치, 64개국 중 최하위…원/엔 890원 하회, 2년 만에 최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 달 원화 실질 가치가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7월 들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이달 실질 가치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국 통화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나 이달 들어 원화가 급격히 방향을 틀면서 원/엔 환율은 2년 만에 890원을 하회했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6월 실질실효환율은 82.99(2000년 수준=100)로, 전월보다 1.75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79.31)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국제 교역에서 원화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원화의 실질 가치가 다른 나라 화폐보다 떨어졌다는 의미다.

    6월 실질실효환율 하락폭은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가 크게 늘면서 환율이 급등했던 작년 11월(87.23·전월 대비 -1.92p)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6월 원/달러 환율이 장중 최고 1,555.2원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실질 가치가 하락했다. 6월 평균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가)은 1,527.95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2월(1,626.7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달 원화 실질 가치는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65.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일본은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실질 가치가 하락하면서 BIS 통계가 집계된 1994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

    올해 5월 0.49p 반등했지만, 지난 달 0.73p 하락해 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원화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달까지 7개월 연속으로 64개국 중 나란히 63·6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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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별 한국·일본 실질실효환율 지수 추이(단위:포인트. 2020=100) │

    │ ※ 국제결제은행(BIS) 자료 │

    ├────────────┬────────────┬───────────┤

    │구분 │한국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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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 │87.23 │69.66 │

    ├────────────┼────────────┼───────────┤

    │12월 │86.5 │68.46 │

    ├────────────┼────────────┼───────────┤

    │2026년 1월 │87.15 │67.71 │

    ├────────────┼────────────┼───────────┤

    │2월 │87.01 │66.84 │

    ├────────────┼────────────┼───────────┤

    │3월 │85.44 │66.31 │

    ├────────────┼────────────┼───────────┤

    │4월 │85.07 │65.54 │

    ├────────────┼────────────┼───────────┤

    │5월 │84.75 │66.03 │

    ├────────────┼────────────┼───────────┤

    │6월 │82.99 │65.3 │

    └────────────┴────────────┴───────────┘

    그러나 이달엔 실질 가치 추이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지난 25일 오전 6시에 마감한 거래에서 15.7원 하락한 1,458.5원으로 집계됐다. 환율 야간 거래 종가가 1,45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7일(1,456.0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처음이다.

    이달 들어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강세를 보인다.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6.24% 상승해 주요 20개국 통화 중 가장 많이 올랐다.

    반면 엔화 가치는 0.83% 하락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63.986엔까지 올라 164엔에 육박했다.

    원화 강세·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원/엔 재정환율은 24일 기준 100엔당 889.83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동조하던 두 통화의 방향이 달라진 건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달러 물량을 대거 매도한 영향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으로 조달한 약 265억달러를 순차적으로 환전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환율 상승 기대가 꺾이자 그간 달러 자금을 매도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수출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환헤지를 통한 매도에 나서면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일 양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정책 차이도 두 통화의 향방을 갈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0.25%p 인상해 3년 반 만에 통화 긴축에 나섰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통화 긴축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1∼2회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반면 일본은행은 지난 달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 정도로 인상했으나 여전히 미국(연3.50∼3.75% ) 등 선진국에 비해 낮고, 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일본 다카이치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 지연 전망이 엔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은 국내 수급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한은의 매파적인 기조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에 달러 매도 우위 수급 환경이 유지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율에 가장 큰 등락 요인은 ADR 환전 등 수급 요인"이라면서 "외환당국의 강력한 환율 안정 의지까지 확인된 상황이라 당분간 환율은 완만한 하방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연간 성장률이 크게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의 통화 긴축 기조가 환율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단기 급락을 우려한 수출업체의 달러 조기 매도 등도 환율을 끌어내리면서 단기적으로 1,450원 선을 터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긴장 재고조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대체 통화로 여겨지는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어 환율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 엔화의 대체 통화로 기능하는 면도 있어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원화도 일부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동 전황과 국제유가 추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도 리스크 요인이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한다면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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