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구조적 리스크로…"한은 금리인상 나서야"
씨티 "달러-원 3개월 1,480원·6~12개월 1,450원 전망"
"외인 주식자금·대미투자·공급망 재편이 원화 변동성 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하반기 완만히 낮아질 수 있지만, 외국인 주식자금과 대미 투자 확대, 공급망 재편 등으로 원화 약세 압력은 구조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수출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내수·서비스업과 원자재 의존 업종에는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산업별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2026년 하반기 환율 전망과 산업별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달러 약세가 글로벌 컨센서스였지만,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AI 투자, 금리 인상 가능성 재부각으로 강달러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화 약세의 핵심 원인으로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을 지목하며 "외국인의 한국 주식 익스포저가 작년 말 1조달러 수준에서 최근 1조9천억달러로 거의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익실현과 리밸런싱 매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를 통한 환헤지 확대가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은 향후 3개월간 1,480원 안팎을 보인 뒤 6~12개월 사이 1,450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상대적으로 강한 성장세와 달러 강세,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입은 원화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와 자산시장 리스크를 감안해 한국은행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네 차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하는 것이 달러-원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경엽 씨지엘경제연구원 원장은 이어진 발표에서 최근 고환율 흐름이 과거의 일시적 충격과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나 2022년 미국 긴축기에는 환율이 급등한 뒤 빠르게 회복됐지만, 2023년 이후에는 뚜렷한 일회성 충격이 없는데도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다"며 "원화 약세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배경으로 자본 흐름과 수출 구조 변화를 지목했다. 조 원장은 "과거에는 수출이 잘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면 환율이 안정되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역대 최대 수준의 상품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대미 수출 확대와 대중 수출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의 거시경제 효과에 대해서는 대외 부문과 내수 부문의 온도 차가 크다고 분석했다. 조 원장은 "원화가 10% 절하될 경우 GDP는 0.5% 증가하고 수출 물량은 6.4% 늘 수 있지만, 실질 소비는 4.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외 부문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내수에는 위축 압력이 나타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산업별 영향도 크게 갈릴 것으로 봤다. 그는 "환율 상승이 모든 산업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와 자동차 등 조립·가공형 수출산업은 수혜가 집중될 수 있지만, 서비스업과 내수 소비재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에너지·원자재 의존 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고환율 대응을 위해 단기 시장 안정 조치와 중장기 경제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고환율은 뉴노멀일 수 있지만 1,500원대 중반 환율을 그대로 용납하기는 어렵다"며 "직접 개입 여력이 제한된 만큼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를 끊기 위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가 커져도 해외 유보금과 대미 투자 수요 때문에 달러가 국내 현물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 약세 기대가 강해지면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환전하지 않고 해외에 묶어두는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며 "과도한 원화 약세 기대를 진정시키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센터장은 "고환율은 단기 환율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드러나는 구조적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기업은 고부가가치·기술집약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환율 효과가 과거보다 작아졌지만, 하청·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며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과 취약 기업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현재 고환율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일시적 충격 이후 되돌아가는 흐름이 아니라 2021년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해 온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리밸런싱 매도와 기업들의 수출대금 달러 보유가 환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연말에도 환율은 1,450원 안팎으로 천천히 수렴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적 원화 약세의 대표적 배경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며 "대미 투자뿐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와 원유 수입선 다변화까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달러 예비 수요가 장기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환율 수준 방어보다 재정 신뢰를 높이고, 생산적 재정지출과 투자 매력도 제고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ys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