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위기에 금 지형도 변화…중앙은행들, 뉴욕·런던서 금 빼내 본국송환
  • 일시 : 2026-06-17 10:00:47
  • 지정학위기에 금 지형도 변화…중앙은행들, 뉴욕·런던서 금 빼내 본국송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지정학적 갈등 고조와 경제 제재 확산, 서방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 여파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런던과 뉴욕 금고에 보관해 두었던 금괴를 자국으로 회수(본국 송환)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세계금위원회(WGC)의 연례 설문조사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현재 런던과 뉴욕에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답한 중앙은행의 비율이 1년 전보다 일제히 감소했다.

    반면 조사 대상 중앙은행의 19%는 지난 12개월간 국내 보관 비중을 늘리거나 해외 보관처를 다변화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결과인 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 설문조사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진행됐으며 76개 중앙은행이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카이 판 WGC 중앙은행 부문 총괄은 "지정학적 우려와 '어떤 상황에서도 내 금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금 본국 송환과 보관처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리스크 완화를 위해 금을 본국으로 가져오거나 다른 안전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프랑스와 인도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2025년 7월부터 2026년 1월 사이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고에서 129톤의 금을 전량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는 미국 내 금괴를 매각한 뒤 유럽에서 동등한 규격의 금괴를 재매입했으며 미국의 관세 부과 등으로 발생한 금 가격 프리미엄 덕분에 110억 유로(약 19조 원)의 매각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프랑스는 현재 모든 보유 금을 자국 내에 보관 중이다.

    인도 중앙은행(RBI) 역시 영국중앙은행(BoE)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맡겨둔 금을 대거 본국으로 가져왔다.

    인도 중앙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해외 보관 금 비중은 2023년 3월 55%에서 2026년 3월 기준 22%로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컨설팅업체 메탈스 포커스의 준루 리앙 수석 분석가는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정치적 고려가 금의 자국 이전 요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며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독일 등도 최근 몇 년간 해외 보관 자산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랫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거대한 '금 금고' 역할을 해온 전통 금융 허브들의 입지는 미세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 영국중앙은행에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57%로 하락했다.

    뉴욕 연은에 보관 중이라는 응답 역시 지난해 17%에서 올해 14%로 떨어졌다.

    반면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국제결제은행(BIS) 보관 비중은 소폭 상승했다.

    미 연준의 공식 데이터에서도 외국 정부가 미국에 맡긴 금 보유량은 2024년 말부터 2026년 4월 사이 약 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이탈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의 정치적 개입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 내부에서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낳은 데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자국이 보유한 금에 언제든 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과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미국의 정치적 간섭 우려를 이유로 뉴욕 연은에 보관된 자국 금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구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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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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