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전략] 수출 이끄는 반도체…선물환 매도 나설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우리나라 수출 호조를 전면에서 이끄는 반도체 업계의 환헤지 정책은 '자연헤지(natural hedge)'로 설명된다. 외화로 버는 돈과 쓰는 돈을 대체로 일치시켜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최근 메모리 부족에 장기공급계약이 확대되고 있어 반도체 기업이 선물환(통화선도) 매도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최소화를 목표로 관련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매출의 절대다수가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원화 약세는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 예시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원화 약세가 영업이익을 1조8천억원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품 제조에 투입되는 소재·부품·장비 등을 수입하는 금액이 많은 데다 최근 해외 직접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과거의 공식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들 반도체 기업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많은 만큼 영업활동을 통해 환위험이 자연스럽게 헤지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를 외국에 팔아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원자재와 장비 수입에 투입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에서 통화별 자산과 부채 규모를 일치시키고 수출입이나 금융거래 시에도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투기적 외환거래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는 달러화와 유로화 등 33개 통화에 대해 3천308건의 선물환 거래를 체결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장부금액은 각각 1천207억원, 1천403억원이다.
SK하이닉스도 실수요에 의한 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환위험 관리 정책은 자연적 헤지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 선물환 등 외부 관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주관 부서는 필요시 환노출을 최소화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장기공급계약 체결이 확산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의 환헤지 전략 변동 가능성을 암시한다.
제품을 인도하고 대금을 지급받는 전통적 형태를 넘어 수주형 사업의 특성이 나타나면서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위험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등장할 수 있어서다.
전날 공개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기존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HBM(고대역폭 메모리)·파운드리 등 주문형 제품은 계약 시점의 가격 설정 구조나 선납금 비율에 따라 선물환 매도 등 헤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 조선업 사례를 참고해 반도체 수출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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