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전략] 조선사는 리스크 회피중…100% 헤지 '철벽방어' 사례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비교적 높은 환헤지 비율을 설정해 외환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100% 환 헤지를 하는 기업부터 환 오픈에 가까운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까지 각양각색이었으나, 리스크를 감수해오던 기업도 최근 헤지 비율을 높이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환 헤지 비율을 높게는 100%까지 유지하며 외환 변동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조선업은 대규모 해외 수주로 매출을 창출해 외환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최근 사례만 봐도 조선사가 수주하는 프로젝트는 최소 수천억원 규모이며 조단위를 넘는 경우도 빈번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일 북미 지역 발주처로부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1기를 4조3천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고, 지난 8일에는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3조6천억원 규모 FLNG 본계약을 최종 체결했다고 밝혔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과 8일 해외 선사와 초대형 가스운반선 건조 계약을 각각 1조4천억원, 3천600억원 규모로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해외 선주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을 5천억원에 수주했고, HD현대와는 공동으로 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든 상태다.
이처럼 수주 규모가 매우 큰데 달러화로 계약을 맺다 보니 조선사는 오래전부터 외환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혀왔다.
수주 이후 장기간에 걸쳐 대금을 수령하므로 외환 리스크에 노출돼있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헤지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주로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 헤지를 하며 그 과정에서 시장에 달러화가 공급된다. 조선사 수주 소식에 환율이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 수급 개선 및 변동성 완화 역할을 당부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와 조선 3사를 만난 바 있다.
가장 철저하게 환 헤지를 하는 조선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최근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조선, 해양 품목의 수주 잔고가 29조원 정도인데 226억달러를 팔아놨다.
환율 1,500원을 적용할 경우 수주 잔고와 유사한 헤지 규모로 외환 리스크를 사실상 완전히 제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100% 환 헤지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환 헤지 비율은 75% 내외로 파악됐다. 외화수입에서 외화지출을 차감한 외화순노출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다.
지난 1분기 말에 HD한국조선해양은 위험회피를 위해 달러화를 248억달러 규모로 매도했다. 삼성중공업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헤지 비율을 유지 중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환 헤지 전략을 대폭 수정해 한 자릿수 수준으로 추정되는 헤지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한화오션은 선박 및 플랜트 수주 잔고가 35조3천억원인데도 환 헤지는 21억달러를 하는 데 그쳤다. 약 9% 정도로 추산되는 헤지 비율이다.
사실상 환 오픈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외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감당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최근 헤지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70~75% 수준을 목표로 삼았다. 외환 변동성 리스크를 대폭 줄이는 계획이다.
향후 수주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상향된 환 헤지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만약 한화오션이 수주 잔고 대비 환 헤지 비율을 70%까지 높인다면 약 21조원 규모로 달러 선물환 매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오션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관련 물량이 출회하고 있어 시장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A은행 외환딜러는 시장에서 한화오션 물량이 포착됐다며 달러-원 환율 하방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B은행 딜러도 한화오션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면서 이로 인해 1년 만기 외환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조선사들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적극적으로 환 헤지에 나서는 추세이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지속할 전망이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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