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0원 돌파] 꼬리가 몸통 흔들었나…연장거래서 '매도 공백'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연장거래에서 1,540원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밑도는 반면 달러-원은 되레 고점을 높이며 글로벌 달러 흐름과 괴리를 키우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불확실성과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주식 매도세가 원화 약세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한 가운데, 연장거래 시간대 수급 쏠림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영향 등이 환율 급등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관측된다.

◇100선 밑돈 DXY에도 1,540원 돌파한 달러-원
5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새벽 2시 종가 기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15.60원 급등한 1,5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장 시간대인 전일 오후 5시6분께에는 1,540.30원까지 뛰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3월 10일 고점(1,561.00원)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다.
주목할 점은 달러인덱스 대비 원화의 절하 폭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전일까지 원화는 달러인덱스 대비 4.57% 절하됐다. 엔화(-2.72%)·역외 위안화(-0.17%)·대만달러(-0.34%) 등과 비교하면 지난 한 달간 원화는 약세 압력을 더 크게 받았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전일 장에서 수요는 달러 바이(Buy)밖에 없어 보였다"며 "장중에는 어떻게든 상단을 막는 분위기였지만, 연장거래 시간대에는 장중 소화하지 못했던 결제 수요가 지속 발생해 환율이 끌어올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장을 마친 뒤에는 NDF 거래가 자유롭고, 작은 수급에도 계속 밀어올리는 형국"이라며 "실탄이 부족한 외환당국이 고환율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수출업체 네고 물량만으로 추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환율 방어 목적에 의해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외환보유액은 4천269억9천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8억8천만달러 줄었다.
한은은 이를 두고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시장안정화 조치가 주된 감소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외환당국의 대규모 실개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얇은 장 속 수급 쏠림이 변수…"1,540원대서 추가 상승은 제한"
연장거래 시간대의 얇은 장 속 역외 거래는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NDF 거래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현물환 거래보다 역외 파생상품 거래가 환율 방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전일에도 오후 3시30분까지 소화되지 못한 달러 매수 수요가 연장거래 시간대에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역외 NDF 거래와 커스터디 물량 등이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NDF 거래를 모두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NDF 거래를 무조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주식 순매도와 연결된 외환거래인지, 국내 주식 포지션은 유지하되 환헤지 포지션만 늘리는 거래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 환헤지 포지션만 늘리는 거래의 경우 신 총재가 언급한 '꼬리'에 가까운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 약세의 기본적인 원인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불확실성과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지목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유가와 금리,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모두 '리스크오프'에 집중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여타 국가와 비교해도 원화 약세 폭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540원대 레벨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것으로 봤다.
권 연구원은 "1,540원 레벨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현 수준에서는 국민연금 환헤지가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환율 상승이 지속되려면 결국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까지 확실시돼야 할 텐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까지 오른 상황에서 미국도 금리를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같은 맥락에서 전쟁도 추가 악화보다는 종전 방향에 무게를 둔다"고 덧붙였다.
다만 달러-원 환율이 향후 큰 폭으로 하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라는 두 상방 요인이 소멸되더라도,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약정이 달러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달러-원의 단기 추세대 상단이 1,530원 선에 있는 만큼 환율은 단기에 급등하기 보다는 종전 이슈 등을 통해 잠시 반락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추세대 자체는 저점을 계속 높여가며 여전히 견고한 상향 추세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환율 하락에 대한 섣부른 예단보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패러다임에 의해 원화가 적정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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