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직후 F4 화두는 '환율'…'원화 국제화' 로드맵 속도내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6·3 지방선거 직후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F4 회의)의 화두는 환율이었다.
정부는 최근 외국인 주식 매도세를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일시적 리밸런싱과 차익실현으로 진단하면서도, 중동 전쟁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경제부처 안팎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와 원화 국제화를 둘러싼 논의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외환시장 동향과 리스크 요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점검했던 회의 이후 약 3주 만에 열렸다.
당시 회의가 반도체 생산 차질과 수출, 산업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환율 변동성 관리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구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환율 시장 변동성과 관련해 과도한 쏠림에 범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대응을 예고하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놨다.
실제로 이날 달러-원 환율은 1,530.00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시가 기준으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최근 청와대 경제라인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 해 온 정황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9,000선 돌파를 시도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일까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누적 순매도 규모는 59조6천286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다만 이를 구조적 자금 이탈보다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비중 조정 성격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리밸런싱과 차익실현에 따른 수급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 전쟁과 외국인 매도 지속 등이 맞물리며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청와대와 관계부처는 그동안 국내 증시의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매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이 적극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배경을 꾸준히 점검해왔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 매매 자체보다 투자 이후 환전과 결제, 자금 회수 과정에서의 불편함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경제팀 안팎에서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자본시장 선진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원화 국제화를 하나의 과제로 묶어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하반기 성장전략의 한 축으로 검토 중인 '원화 국제화 로드맵'은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원화를 조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금 유입도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역시 외환시장 개방과 원화 거래 편의성 확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무엇보다 원화 국제화는 한국 경제 규모와 자본시장 위상에 비해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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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신 총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언급하며 "한국시간 야간 역외시장 거래가 헤지 과정을 거쳐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원화를 직접 거래하지 않고 달러로 차액만 결제하는 역외 시장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원화 국제화를 통해 시장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해석된다.
당시 신 총재는 원화 약세의 구조적 배경으로 한미 금리차와 원화 캐리트레이드 문제도 언급했다.
향후 한미 금리차 확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환율과 수급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화 국제화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화 국제화가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외환시장 개방 확대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 기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자금 이동에 따른 충격을 키울 수 있어서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 과정에서 환율 문제가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점 역시 정부가 고려해야 할 변수다.
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이번 F4 회의는 지방선거 이후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를 넘어 새 정부 경제팀이 외국인 자금 유입과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과제를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추진할지 보여주는 신호"라며 "과거의 F4회의가 비상 상황에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원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선진화 같은 구조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전략회의 성격도 짙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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