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의 금통위 키워드 '한방향'…"세 마리 토끼 잡을 길, 비교적 명확"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면, 어디로 갈지 모르는 딜레마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외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를 관통한 단어는 '한방향'이었다. 통화 긴축으로의 기조 전환을 분명히 한 단어로 평가된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커졌고, 성장세는 반도체 경기를 등에 업고 강한 지지력을 보였다. 환율과 주택시장 등 금융안정 변수도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다.
신 총재는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단방향 시그널을 보냈다.
이날 장용성·유상대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소수의견을 표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점도표에서도 전체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현재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특히 점도표상 3.00%가 우세했던 점에 주목했다.
당초 점도표상 중간값이 2.75%에 머물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3.00%에 더 많은 점이 찍히면서 금리 인상 경로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신 총재는 "상당히 의견을 모으기 쉬운 회의였다"며 "소수의견은 전략적 차이로 보면 된다"고 설명하는 등 한방향 연장선상의 발언을 덧붙였다.
최근 채권시장 내 금리 오름세를 두고 신 총재가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 역시 매파적으로 읽혔다.
신 총재는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일관성 있게 가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이 문제는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 세 가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점도표를 보면 이 세 가지 질문에 해답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신 총재의 답변이 이전보다 길고 자세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앞서 신 총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와 취임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거나 "취임사를 봐달라"고 언급하는 등 말을 다소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시끄러웠던 한은이 다시 '한은사'(韓銀寺)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신 총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장에서도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짧은 발언만 남겼다.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장에 선 신 총재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질문하는 기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고, 손에 든 펜으로 질문 내용을 짚어가며 답변을 이어갔다. 주식시장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한미 금리차 등 각종 질문마다 충분한 배경 설명을 덧붙이면서 기자회견 시간도 평소보다 길어졌다.
'물가'와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유사한 밀도로 반복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날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성장'이라는 단어를 각각 41회, 42회 언급했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두 단어를 각각 4회, 6회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밀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날 제시된 전망은 견조한 성장세가 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풀이됐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2.0%보다 0.6%포인트 높인 수치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정보기술(IT) 수출 확대,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증시 호황 등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물가 전망도 함께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 상향 조정했고, 내년 물가 전망도 2.0%에서 2.3%로 올려 잡았다.
신 총재는 중동 사태가 해소되더라도 유가 안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오늘 당장 정전이 되더라도 유전이라는 것은 수돗물 틀고 닫듯이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원유 생산 재개와 공급망 정상화에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 변수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1,500원대 고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리스크도 경계할 부분으로 언급됐다. 신 총재는 환율 쏠림을 두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구두개입성 메시지도 냈다.
향후 금리 경로가 '매파'로 뚜렷해진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올릴지 주시할 전망이다.
침묵을 전략으로 삼는 듯했던 새 총재는 첫 금통위에서 명확한 목소리를 냈다. 긴 설명 끝에 남은 방향은 하나였다. 한은은 보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며 세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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