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의장 혹독한 신고식 예고…'트럼프 압박·인플레·FOMC 내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치솟는 인플레이션, 매파로 돌아선 연준 내부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8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연준 동료들과 금융시장, 자신을 임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서 이란 전쟁발 석유 충격과 인공지능(AI) 붐이 유발한 구조적 고물가가 워시 의장의 '금리 인하' 경로를 극단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의 취임식에서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불과 몇 시간 후 뉴욕 유세에서 "과거엔 썩은 연준 의장(제롬 파월)이 있었지만 이제 위대한 의장을 가졌다"며 "금리가 매우 빠르게 내려올 것"이라며 금리인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의 3개월 이동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까지 연율 7.3%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폭등했다.
농산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3.2%로 연준의 목표치(2.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워시 의장은 지난 4월 인사 청문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일시적 가격 변동에는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며 유가 충격을 '착시'로 취급하려 했으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 방어벽이 무너지면서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유가 외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 소비 바스켓 품목의 절반 이상이 3% 이상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슈퍼코어(Super-core)' 서비스 물가는 최근 몇 달간 가속화되며 전년 대비 3.2% 올랐다.
과거(2015~2019년) 연평균 1.7%씩 하락하며 물가 방어선 역할을 했던 내구재 가격(PCE 지수 내)은 올해 1분기에 연율로 7.7% 폭등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일시적 충격을 준 데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및 주변기기 물가가 1970년대 후반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로 치솟은 영향이다.
워시 의장은 기존 물가 지표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며 클리블랜드나 댈러스 연준의 '절사평균(Trimmed-mean) 물가'를 대안으로 제시하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1개월 상승률이 3개월과 12개월 추세를 앞지르며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연초만 해도 1~2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추가 금리 인상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해 고물가를 방치할 리스크를 반영해 장기 국채 금리에 이른바 '워시 프리미엄'을 얹어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 반대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연준 회의에서 3명의 위원이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삭제하자며 매파적 반기를 들었다.
워시의 취임 당일인 22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이에 동조하는 연설을 했다.
만약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워시 의장의 뜻을 거스르고 금리 인상을 압박할 경우 그는 취임하자마자 파멸적인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FOMC의 의견을 거부하고 소수 의견(Dissent)을 내면 '나약한 의장'이 되고 위원회 뜻에 따라 금리를 올리면 자신을 뽑아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 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9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이 되면 전쟁 핑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돈을 더 조이려는 FOMC와 완화책을 쓰면 징벌을 가하려는 금융시장, 금리 인하를 윽박지르는 대통령 사이에 낀 케빈 워시 의장의 자리는 결코 편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시 의장의 취임 첫 통화정책회의인 FOMC는 다음달 16~17일 예정돼 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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