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인 '엔화 약세'…캐리 트레이드 수요는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엔화 가치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며 달러당 160엔 선에 다시 바짝 다가섰다.
일본 외환당국의 실개입 경계감이 상단을 누르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 시장 활황으로 엔화를 조달 통화로 활용하는 수요는 계속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한때 159.50엔대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며 지난 4월 30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과 장기금리 상승 등 엔화 강세 요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일 장기금리차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음에도 엔화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일본의 금리 상승이 재정 리스크 우려나 BOJ의 뒤처진 인플레이션 대응(비하인드 더 커브) 불안을 반영한 결과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으로 원유 급등 압력이 완화되면서 일본 국채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금리 하락)했다.
40년물 초장기 국채 입찰도 호조를 보였으나, 표면금리가 낮은 일부 초장기채는 여전히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은 채 매물이 누적되는 등 일본 국채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제한적인 상태다.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의 캐롤 콩 통화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국채 시장으로 자금 흐름이 돌아오려면, 국채 수익률에 대한 고점 인식을 비롯해 BOJ 금리 인상 사이클의 완료, 국채 변동성 안정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적어도 2027년 말까지는 이 조건들이 충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BOJ가 통화정책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격화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긴축 장기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BOJ가 "정세를 신중히 지켜보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BOJ의 6월 25bp(0.25%포인트)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당연시되고 있다"이라며 "7월 이후에도 과감하게 금리를 끌어올리겠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엔화 반등 효과는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매수 개입이 단행되더라도 엔 캐리 거래의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익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환율 손실에 취약하다. 일본 당국이 대규모로 개입하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에 나서는 포지션이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커졌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당국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반등하더라도 엔 캐리 등 장기적 관점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엔화 하한선은 다시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엔 캐리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되며 시장을 뒤흔들었던 2024년 여름과 같은 '캐리 트레이드 청산 쇼크'가 재발할 우려는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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