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뉴프레임] 1,500원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일시 : 2026-05-27 09:22:01
  • [환율 뉴프레임] 1,500원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위기보단 바뀐 대내외 여건에 따른 결과



    (영종도=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외환당국은 지난 22일 환율 안정을 위해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환율이 이처럼 높았던 때와는 달라진 시장 인식이 엿보인다.

    급박한 위기 상황이라기보다는 바뀐 대내외 여건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 속에 다소 차분하게 1,500원대 환율을 받아들이는 기류가 흐른다.

    27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대에서 서울장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도 14거래일에 걸쳐 1,500원대를 넘나들었다. 당시 고점은 1,536.90원이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올해를 제외하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7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에만 나타났던 흐름이다.

    1997년에는 환율이 무려 2,000원 직전까지 치솟았으며, 2009년에는 1,600원 코앞까지 뛰었다.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던 때다.

    처음으로 1,500원을 상향 돌파했던 IMF 당시에는 대기업 연쇄 부도에 외환 보유고까지 고갈된 국가 부도 직전 상태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됐다. 전 세계 금융 시장이 경색되면서 주가 폭락, 외환 보유고 급감이 발생하고 실물 경제까지 타격을 입은 사건이다.

    환율의 1,500원 돌파가 극단적인 위기 상태, 그리고 공포와 맞닿아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앞선 사례들과 달리 충격의 강도와 원인,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 모두 다른 상황에서 나타났다.

    대외 요인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서 찾을 수 있다. 지정학적 변수로 국제유가가 뛰고 달러화가 상승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상승 흐름에 휘말렸다.

    대내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연이은 대규모 주식 투매다. 반도체 호황에 코스피가 가파르게 뛰자 막대한 차익을 본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즉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고 있다.

    모두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변수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최근 1,500원 돌파를 '적신호'로 보기엔 어려운 이유다.

    아울러 외환당국이 펀더멘털과 괴리된 환율 쏠림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던 터라 상승 흐름이 다소 점진적이었다.

    1,500원대에서의 경계감 역시 여전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 수급 정책 속에 대내외 환율 상승 요인이 사라지면 하락세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그러다보니 익숙지 않은 1,500원대 환율에 대한 불안감에도 막상 올라가니 적응하는 모습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500원대 환율은 이제 뉴노멀(new normal)인 것 같다며 담담하게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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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성장통'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성공의 비용'이란 제목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현상에 대해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성공의 비용,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원화 약세의 배경을 코스피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 실현에서 찾으면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아니라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날 국무회의에서 환율이 1,500원을 웃도는 배경에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환전이 있다면서 일정 시기가 돼서 주가가 안정되면 환율 상승 흐름도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구조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이런 파급 경로가 심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관찰된다"며 "2014년 3분기 중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돼 금융충격이 환율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수출 증가가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강세를 동시에 설명하는 주요 요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자본 유출입이 환율을 먼저 움직이고 그 환율 변화가 다시 수출과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메인 드라이버가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자본시장이 고도화된 선진국일수록 실물(무역) 부문보다 금융(자본) 부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데 우리의 경제 체질도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500원대 환율을 위기 신호가 아닌 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중동 전쟁과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이 환율을 끌어올렸다"며 "사실 환율은 수준보다는 등락폭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활동이 실물 경제 활동보다 규모와 중요성 측면에서 더 커지면서 이런 환율로 귀결됐다고 본다"면서 "국제수지표를 중심으로 생각해볼 때 금융계정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진국형 구조로 문제라기보다는 금융이 커진 결과"라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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