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뉴프레임] 기업 경영계획 흔드는 1,500원대 환율
"앞서 올해 평균 환율 상반기 1,430원, 하반기 1,370원으로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어 고공행진하면서 주요 경제주체인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경영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이 같은 고환율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의 경우 원화 약세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2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12.90원 하락한 1,504.30원이었다.
연휴 기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탄력을 받으며 두 자릿수 급락했음에도 7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 선을 웃돌았다.
3월 말~4월 초에 이어 또 한 번 환율이 장기간 1,500원대에 머무르면서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경영계획을 세웠던 작년 말만 해도 이 정도로 높은 환율을 예측한 곳은 많지 않았다. 2월 말 터진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예측 불가한 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LG그룹 싱크탱크인 LG경영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펴낸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올해 평균 환율을 상반기 1,430원, 하반기 1,370원으로 전망했다. 연간 환율 상승을 점친 은행·증권사 중에서도 1,500원 위를 바라본 곳은 거의 없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작년 8월 작성한 2025~2029년 재무전망에서 달러-원 환율을 1,383원으로 가정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연중 환율을 1,400원 중반대로 보고 계획을 세웠을 텐데 최근은 극단적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펼쳐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1,500원 이상이 아예 예측하지 못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주산업에 속하는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수주대금 관련 환헤지 정책에 변화가 있지는 않다면서 "납기가 장기에 걸쳐 있어 대금이 나눠 들어오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서는 고환율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감지된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당시 달러 등 주요 통화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에 약 1조8천억원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환율이 급등한 영향으로 순이익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포괄손익(해외사업장환산외환차이)이 8조5천억원가량 발생하기도 했다.
김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15일 금통위원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환율이 너무 낮아서 높여야 수출이 잘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요즘 같은 경우 환율이 높아 어려운 것은 맞는데, 또 수출로 좋아하는 기업도 있다. (환율 수준이) 어떤 게 맞다고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고환율이 수출기업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3월 펴낸 '환율 변동이 수출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론적으로 환율 상승이 우리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향상과 원화 기준 매출 증가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나, 최근 업계의 체감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며 "고환율 장기화 시 기업이 생산비용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80.1%의 기업 수익성이 악화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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