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뉴프레임] 1,520원선 턱밑서 당국 '레드라인'
시장 '심리적 경고선' 된 1,520원선…당분간 상단 제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외환당국이 1,520원선 아래에서 '레드라인'을 그은 뒤 달러-원 환율 전망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27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2일 서울장 마감 직전 1,519.40원까지 급등했으나, 곧 외환당국이 공동으로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면서 오후 3시30분 기준 1,517.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서 공동으로 구두개입을 한 것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달러-원 하락을 두고 추세의 전환보다는 대외 요인에 의한 '속도 조절'로 보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불확실성,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 유가ㆍ금리 불안 등은 여전히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들이다.
◇1,520원 턱밑서 구두개입…"상단 경계↑"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공동 구두개입을 두고 대체로 상단 경계감이 높아졌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환율 상단이 다소 견고해진 만큼, 고점 인식 속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 물량이 유입될 수 있는 점은 달러-원에 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당국 개입 경계감이 커진 만큼 1,510원대 후반에서는 네고 물량이 적극적으로 출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공동 구두개입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두개입 이후 환율이 소폭 밀리긴 했지만, 1,510원선 아래로 내린 주요 원인은 미국과 이란 간 합의 기대감과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둔화에서 비롯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구두개입 효과는 사실 제한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된 점이 달러-원에 더 큰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폭이 확대된다면 환율도 언제든지 1,520원선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1,500원서 하방 경직…전쟁·외국인 매도 변수 여전
최근 달러-원 상승 배경으로는 전쟁 리스크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세가 꼽힌다.
두 요인 모두 당국의 구두개입만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재료인 만큼, 달러-원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일 달러-원이 하락한 요인으로 연휴 기간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위험선호 심리 속 국제유가와 금리가 내린 점을 지목했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하지 않은 점도 환율에 숨통을 틔워줬다고 봤다.
다만, 달러-원이 1,400원대로 하락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합의의 실질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MOU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얘기도 있지만, 미국과 이란이 언급하는 해협 개방은 서로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이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영상에 따르면, 이 해협을 통과하려면 선박은 최근 신설한 페르시아만 해협청(PGSA)에 이메일로 선박 정보를 상세히 보내 통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필요시 통행료도 내야 한다.
다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문구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담긴 MOU가 나올 수 있지만, 구체적인 조건이 빠진다면 실질적으로는 현상 유지에 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원이 다시 1,52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열어뒀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구두개입이 나온 뒤 환율도 하락했고, 트레이더들 역시 (개입을)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이어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환율이 쉽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 하락 전망…관건은 위험선호 회복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원이 하향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유효하다.
전쟁 장기화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1,500원대에서 하단이 지지될 수 있겠으나, 글로벌 경기와 국내 펀더멘털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점에서다.
이정훈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긴장 완화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종전이 구체화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달러-원도 1,400원 부근까지 언더슈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하반기 이후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미국의 메가 테크기업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고,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매입도 재개될 수 있다"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도 4분기 중 마무리되면서 달러-원은 3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펀더멘털 대비 현재 환율 레벨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수출액과 무역수지 모두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3분기 이후부터는 한미 금리차 역전 폭도 개선될 전망"이라며 "현재 달러-원은 이러한 매크로와 수급 개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매파적 경계감, 대외 재료와 맞물린 수급이 환율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며 "펀더멘털 호조와 수급 개선, 국민연금을 비롯한 당국의 정책적 노력을 감안한다면 연내 1,400원대 중반의 하향 안정화 흐름은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환당국이 레드라인을 그으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경고선'이 된 1,520원선은 당분간 상단을 제한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전쟁 리스크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 유가와 금리 흐름에 따라 달러-원이 재차 상단을 테스트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간 합의가 실질적인 종전으로 이어지고, 한국의 수출·성장 모멘텀이 달러-원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1,400원대로의 하향 안정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당국이 제시한 레드라인의 실효성은 앞으로 전쟁 흐름과 외국인 수급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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