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금] 신세계 본점 건너편 한국은행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국은행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닿는 지척이다.
그런 한은이 신세계그룹과 거리를 뒀다. 사연은 이렇다.
한은은 매달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단상 투표를 진행한다. 지난 한 달 동안 한은이 배포한 자료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취재에 도움이 됐는지를 묻는다.
한은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스타벅스 상품권을 지급해 왔다. 이번 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6일 공지로 스타벅스가 투썸플레이스로 바뀌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급 상품이 왜 바뀌었는지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스타벅스가 최근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탱크 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거센 역풍을 맞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투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다음 주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과 야당은 스타벅스 비판과 옹호로 갈려 으르렁대고 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에스씨케이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 이마트다.
중앙은행은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한 기관이다. 선거를 의식해 단기적 경기 부양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부로부터 통화정책을 분리해 물가·금융안정을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장치다.
마침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연일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이 버티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이 화두가 된 터다.
신성환 전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이달 11일 퇴임을 하루 앞두고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독립성이 탁월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 전 금통위원은 "해외에 다녀보면 금리를 결정하는 조직의 독립성이 우리만큼 좋은 데가 흔하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금통위원 한 분 한 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어디와 비교해도 못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은의 이번 '소소한 조치'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또 한은 4층에 투썸플레이스가 영업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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