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우의 외환분석] 5조엔 쏜 일본…개입의 추억
(서울=연합인포맥스) 4일 달러-원 환율은 1,470원 부근에서 출발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 달러-원 하락 재료로 소화될 예정이다.
일본 당국은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넘나들며 고공행진 하자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내다가 결국 지난 30일 행동에 나섰다.
5조엔(47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개입에 달러-엔은 단숨에 155엔대로 추락했고 이후 낙폭을 일부 되돌려 157엔 부근에 자리 잡았다.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는 매도하는 형태의 개입이다. 갑작스러운 달러-엔 하락세에 연동해 1,480원대에서 움직이던 달러-원은 야간 연장거래에서 1,470원대로 내려왔다.
달러-엔은 서울 외환시장이 휴장한 지난 1일 오후에도 다시 155엔대로 급락했다가 157엔대로 되돌아왔다. 추가 개입이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움직임이다.
일본 당국이 대규모 시장 개입을 통해 투기적 쏠림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당분간 달러-엔 상단은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1년 10개월 만에 개입을 단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24년 7월 달러-엔이 162엔까지 뛰자 개입에 나섰는데 이후 달러-엔은 2개월여만에 20엔 이상 낮은 140엔 부근까지 내려왔다.
미국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 등이 맞물린 결과지만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당국 개입은 간과할 수 없는 이벤트다.
미국과의 공조 하에 개입이 이뤄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양국 외환 당국 관계자는 개입과 관련해 긴밀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달러-원도 달러-엔 하락 분위기를 타고 내리막을 걸을 태세다.
우리 외환당국 역시 환율 쏠림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의 목소리를 내온 만큼 상단에서의 부담감은 한층 더 커졌다.
특히 한미 외환당국이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상승 시도를 주저하게 만든다.
최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회동 이후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동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월에도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환율 쏠림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환율에 대한 한미 간 공통된 인식은 달러-원 하락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 측면에서도 달러-원 상단을 가로막는 변수들이 최근 부각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48% 급증한 858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73.5% 폭증한 319억달러였다.
우리 기업의 수출 호조는 상당한 규모의 네고물량 출회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꾸준히, 그리고 대규모로 나오는 네고물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인한 자금 유입이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달 말 하루에만 1조원 이상 규모의 환전이 이뤄졌다.
4월부터 8개월 동안 이뤄질 WGBI 편입 기간에 대규모 자금 유입과 환전이 반복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물론 하단은 결제 및 해외 투자 환전 수요가 떠받치고 있어 마냥 달러-원이 아래로만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불투명한 점도 달러-원 하락 시도를 어렵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새롭게 제시한 종전안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핵 합의에 대한 의지가 강해 이란이 전향적인 종전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협상은 계속해서 공회전할 공산이 크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시간으로 이날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선박을 구조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봉쇄된 해협을 강제로 뚫는 작업을 예고했다.
이란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런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미지수다.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은 제한적인데도 교착 상태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은 상당한 불안 요소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을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를 떠나고, OPEC+가 6월부터 증산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제유가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도 관찰 대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도한 규모가 총 2조2천억원이다.
매도를 이어간다면 달러-원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겠지만 매수로 돌아설 경우에는 하락 압력을 가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술주 중심의 뉴욕증시 고공행진은 외국인 매수 전환을 기대하게 한다.
지난 1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31% 밀렸으나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29%와 0.89% 올랐다.
S&P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뛰었고, 나스닥지수도 처음으로 25,000선을 상향 돌파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0.87% 상승했다.
기술주 랠리 분위기가 이어져 외국인 주식 매수를 유발할 수 있으나 내국인 해외투자로 인한 환전 수요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장이 얇은 가운데 장중 수급에 따른 움직임이 가파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날 밤에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케빈 워시가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출범을 앞두고 연준 '3인자'인 윌리엄스 총재의 생각을 엿볼 기회다.
달러-원은 지난 1일 오전 2시에 끝난 야간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5.80원 하락한 1,4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471.0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3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83.30원) 대비 10.95원 내린 셈이다. (경제부 시장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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