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달러, 4년 만에 최고…에너지 쇼크 속 조용히 강해지는 배경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호주달러화가 중동 전쟁에 따른 세계적인 에너지 쇼크 속에 조용히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와중에 대표적인 자원 수출국 통화로서의 존재를 드러내는 동시에 중국과 강한 경제적 결속력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지난 2월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등락을 이어가다 지난 17일 0.7221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22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이날 현재 상승폭을 다소 줄인 0.7130달러선 근처에서 거래됐다.
호주는 원유에 대해서는 순수입국이며 적극적으로 비축을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요소다. 반면에 주요 수출 품목인 석탄과 철광석, 천연가스 외에 밀 등 곡물의 국제 경쟁력은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최근 자원 및 곡물 가격은 중동 혼란 속에 크게 오르고 있는데, 종합적으로 볼 때 호주 경제에는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ANZ은행은 "최근의 호주 경기 체감 지표들은 경제의 견고함을 보여준다"며 "호주중앙은행(RBA)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긴축적인 정책을 묵묵히 추진하면서, 금리 측면에서 호주달러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호주달러화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시장 지수 상승에 연동하며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매수하는 전략이 확산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호주의 경우 자원국 가운데서도 중국과 경제적 결속력이 매우 강한 편으로 꼽힌다.
가이타메닷컴 종합연구소의 칸다 다쿠야 선임 외환 연구원은 "중동 정세나 타국과의 무역 관계에 있어 중국 경제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견고해 보인다"며 "따라서 중국과 연동성이 강한 국가의 통화가 상승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권 통화로 분류되는 호주달러와 브라질 헤알 등이 미국 경제권 통화로 분류되는 다른 자원국 통화인 캐나다 달러와 멕시코 페소 등에 비해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비자원국인 한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도 미국 경제권과의 연계성 때문에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미즈호 은행의 하세가와 쿠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관계성이 강한 캐나다 달러, 일본 엔화, 한국 원화의 최근 약세가 두드러진다"며 "리스크 헤지 관점에서 '미국 경제권 이외에서 움직이는 통화'에 대한 기대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주달러화가 최근 글로벌 증시 강세와 함께 '위험자산'으로서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달러 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자금이나 심리적 여유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운용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호주달러화는 미국과 일본 등의 주가 동향과 함께 투자자들의 리스크 허용도를 측정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닛케이는 "주가 상승으로 자금 여력이 생긴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엔화를 매도하고 이를 고금리 통화 표시 자산으로 돌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대상으로 호주달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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