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불안 뛰어넘은 '탭' 묘수…수은, 5억호주달러 캥거루본드 증액 성사
  • 일시 : 2026-04-23 08:38:02
  • 중동불안 뛰어넘은 '탭' 묘수…수은, 5억호주달러 캥거루본드 증액 성사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중동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출렁이면서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는 보다 경쟁력 있는 조달처를 찾기 위한 발행사들의 시도가 꾸준하다.

    이 중에서도 한국수출입은행은 다양한 통화시장에서 쌓아온 넓은 투자 저변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조달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수은은 이번엔 시장을 넘어 시간을 되돌린 조달로 경쟁력을 드러냈다.

    중동 사태 전 투자자 모집을 마친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를 증액(tap)하는 형태로 자금 마련과 금리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투자 수요가 드러나는 틈새를 놓치지 않고 한국물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시계추 되돌린 수은…유동성·금리 다 잡았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수은은 캥거루본드 발행을 위한 북빌딩을 통해 5억호주달러어치 조달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 2월 말 북빌딩(수요예측)을 마친 3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 캥거루본드를 증액하는 형태로, 당시 발행물과 동일한 조건을 갖췄다.

    이번 조달을 위해 수은은 지난 21일과 22일 이틀간 증액 발행분에 대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이를 통해 가산금리(스프레드)를 고정금리 기준 호주 스와프금리(SQ ASW·Semi-Quarterly Asset Swap Rate)에 40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앞서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를 43bp로 설정했으나 14억호주달러의 주문을 확보하면서 스프레드를 낮춘 것이다.

    이는 기존 발행물(42bp)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월 앞선 투자자 모집 이후 중동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고조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아졌지만, 수은은 도리어 증액 발행에서 스프레드를 중동 사태 전보다도 더 낮춘 셈이다.

    다만 증액 발행인 터라 기존 채권과 쿠폰 금리는 동일하다. 대신 가격 조정으로 스프레드 하락분을 반영한다.

    수은은 지난 2월 북빌딩 당시 캥거루본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상당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더욱이 해당 채권의 경우 최근까지도 유통시장에서 스프레드를 낮추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반면 캥거루본드 시장에서 신규 발행물은 3~5bp 수준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감수하는 흐름을 보였다.

    수은은 이를 고려해 신규보단 증액 발행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액 발행으로 기존 발행물의 유동성을 보강할 수 있다는 이점도 놓치지 않았다.

    앞서 수은은 지난 2월 3년 FXD를 5억호주달러어치 발행했다.

    여기에 증액으로 해당 물량을 10억호주달러까지 늘릴 경우 유동성 기준상 정부·국제기구·기관(SSA) 투자자들의 선호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한 달 반여 만에 다시 찾은 시장이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호주 현지 투자자는 물론 역외 중앙은행과 글로벌 자산운용사, 은행, 헤지펀드 등 양질의 투자자가 주문을 쌓아 올렸다.

    앞선 발행 당시 참여했던 투자자는 물론, 신규 기관도 주문을 넣으면서 경쟁률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속전속결로 승부수…최대 증액·벤치마크 역량도

    이번 조달의 경우 북빌딩 기간을 기존 2일에서 1.5일로 단축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캥거루본드의 경우 이틀에 걸친 투자자 모집에 나서지만, 수은은 이번 조달에서 이를 1.5일로 줄였다.

    지난 21일 아시아 시장 분위기를 확인한 후 오후부터 이튿날까지 북빌딩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최근 중동 사태발 변동성을 피해 캥거루본드 시장 내 이러한 북빌딩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기존 방식 대비 북빌딩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투자자 노출 측면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으나 모집에 어려움은 없었다.

    북빌딩 시점 역시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시한 만료 전 프라이싱을 마칠 수 있도록 설정해 불확실성을 피했다.

    조달 타이밍과 더불어 보름여 만에 준비부터 발행까지의 모든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은 수은의 조달 노하우와 전문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은은 다양한 조달 시장을 관찰하다 캥거루본드 증액 발행의 경쟁력을 가늠하곤 발 빠르게 시장을 찾았다.

    수은의 흥행으로 후발주자들의 캥거루본드 발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지난달 한국가스공사가 캥거루본드 조달을 준비했으나 중동 사태 발발로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가스공사와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캥거루본드 발행을 검토 중이다.

    수은이 기존 발행물보다도 더욱 낮은 스프레드로 증액에 성공하면서 금리 측면에서도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더욱이 5억호주달러 증액은 캥거루본드 시장에서도 흔치 않은 대규모 조달로 꼽힌다.

    아시아 SSA 발행사를 기준으로 해도 증액 발행에서 단번에 5억호주달러를 찍어내는 건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수은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ANZ와 미즈호증권, 노무라, UBS가 주관했다.

    phl@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