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신현송 총재 부임에 '한은寺' 돌아오나…침묵은 전략인가
  • 일시 : 2026-04-22 08:18:50
  • [현장에서] 신현송 총재 부임에 '한은寺' 돌아오나…침묵은 전략인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취임사를 봐달라"

    한국은행 기자실을 처음 찾은 신현송 총재는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렇게 답했다. 기자들은 멋쩍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농담이어서가 아니라 사실상 추가 메시지는 없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뉴스(News)'는 없었다.

    취임사에 포함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규제와 관련한 추가 질의에 신 총재는 "지급결제 혁신과 NDF 시장 정보 접근성 강화 등 관련 정책 방향은 이미 취임사에 담겨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취임 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했다.

    환율과 금리 경로, 물가 등 재경위원들의 질문에 "잘 지켜보겠다"라거나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원론적 답변이 잦았다.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언급했던 "현재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던 강단이나,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시절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과잉 대응'하는 것이 낫다던 소신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그게 다인가. 답변이 너무 짧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신 총재의 커뮤니케이션은 분명 의도적으로 낮게 설정돼 있다.

    이런 선택 자체는 낯설지 않다. 새 총재는 취임 직후 정책 신호를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금통위원들과의 정책 합의 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성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작은 발언 하나가 과도하게 해석될 수 있어 '전략적 모호성'이 전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이 그런 '침묵이 가능한 시간'인지다. 올해 초부터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 환율을 새로운 레벨로 받아들이는 적응 과정을 겪었다. 중동 전쟁 이후 공급 충격이 물가와 성장 경로를 동시에 흔들고 있고,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원화 국제화, 디지털 통화 실험까지 중앙은행이 직접 관여하는 정책 과제도 적지 않다.

    신 총재가 취임 직후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점도 의외다. 통상 신임 중앙은행 총재에게 ADB 연차총회는 첫 주요 국제 다자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이미 국제 경험이 많은 신 총재가 통화 정책에 관해 어떤 소통을 할지 시장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일정상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서 취임 직후 거의 일주일 만에 해외 일정을 바로 소화하기 어려웠던 데다 내달 초 BIS 총재 회의와 17∼18일 예정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이어지는 첫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연달아 예정됐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 각 부문 업무보고를 소화해야 하는 점도 고려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조직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전일 신 총재 취임 직후 "강한 소신을 보여달라"며 내부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노조는 "총재께 가까이 가기 어려운 현장의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조직 구성원과 한마음이 되는 총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노조의 취임 메시지가 조직 안정과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소신'과 '현장 소통'을 비교적 분명하게 언급했다는 점에서 조직 내부에서도 총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기대와 관찰이 동시에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한때 한국은행에는 '한은사(韓銀寺)'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절간처럼 조용하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이 경제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정책 메시지를 최소화하던 시기를 빗댄 표현이었다.

    이 표현은 1990년대 언론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소환됐다. 중앙은행의 신중함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존재감 부족을 지적하는 비판이기도 했다.

    전임 이창용 총재는 비교적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 프레임을 먼저 제시하는 스타일이었다. 전임 총재가 활발한 메시지 관리로 '시끄러운 한은'을 만들었지만, 시장과의 접점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신 총재는 출발부터 의도적으로 보폭을 좁히는 모습이다. 신 총재 취임으로 한은은 다시 절간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신 총재의 '저강도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일 수 있다. 다만 환율과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진 지금 시장은 신 총재의 분명한 '한 문장'을 기다리고 있다. (경제부 윤시윤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4.21 [공동취재] yatoya@yna.co.kr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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