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환율 개입, 레벨보단 DXY와 괴리·변동 속도로 판단"(종합)
"외환보유액은 건전성 평가 기준 아닌 환율 변동 속도 조절 수단"
"작년말 환율 상승은 내부요인…최근은 중동 영향"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피혜림 김성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수준 자체보다 달러 인덱스(DXY)와의 괴리와 변동 속도를 중심으로 정책 대응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대응 기준과 관련해 "환율은 레벨로 보기보다 달러 인덱스와의 격차와 변동 속도를 보고 정책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역시 경제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기보다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 총재는 환율 수준 자체를 과거와 단순 비교하는 접근도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이 1,200원이냐 1,500원이냐 같은 절대적인 레벨 비교보다는 달러 움직임과 비교해 얼마나 절하됐는지를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작년말 환율 상승은 내부요인…최근은 중동 영향
이 총재는 작년 말과 최근 환율 상승의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연말 달러-원 환율이 1,480원까지 상승했을 당시에는 달러 인덱스와 관계없이 우리 내부 요인으로 급격히 상승한 측면이 컸다"며 "당시에는 개입을 통해 시장 심리를 바꿀 가능성이 컸고 효과도 더 큰 국면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서는 "중동 사태 영향 등 대외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달러 인덱스 대비 절하 폭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개입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란 사태 이전에는 환율이 1,420원대까지 내려왔었다"며 "당시 개입하지 않았으면 환율 절하 기대가 더 작용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개입은 과도한 변동이 나타날 때 이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당시 개입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은 위기 판단 기준 아냐…외자 운용 성과 상당 부분 환율 평가이익
이 총재는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어느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위험하다는 식의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외환보유액은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결정하는 것은 거시경제 정책과 정책 운용에 대한 신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 운용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이익 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운용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동안 쌓아둔 달러를 외환시장 안정 과정에서 1,400~1,500원대에서 매도하면서 원화 환산 기준 수익이 커진 영향이 있다"며 "운용 자체 성과도 있었지만 상당 부분은 환율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효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대신 원화 환산 수익이 확대됐고 정부 재정에도 이전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도 원화환산액…환율 변동 '착시' 봐야
국민연금 해외투자 수익률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 해외투자 수익률도 원화 기준으로 보면 환율 상승 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며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환산 수익률은 다시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달러 기준 수익률과 함께 비교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성과를 평가할 때 환율 변동에 따른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미 투자 관련 외환시장 영향 대응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정부에 설명했고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는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인 만큼 환율과 관련한 개인적인 소회도 밝혔다.
그는 "환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차기 총재에게 넘기면 나름대로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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