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유가 충격에도 1997년 亞외환위기 때와는 달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월가에서는 이란발 유가 충격에도 불구하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CNBC는 8일(현지시간) "이란발 유가 급등으로 아시아 통화가 압박받고 있으며, 자본유출 위험이 커지는 등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 아시아가 놓은 경제 상황에 유사점이 크다"고 진단했다.
각국 정부는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액을 소진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휘발유 배급제가 도입됐고, 필리핀에서는 연료 가격 급등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1997년에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표시 단기 외화부채가 과도하게 쌓였고, 준고정환율 체제하에서 취약한 외환보유액에 의존하고 있었다.
투기자본이 몰리자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환율 방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연쇄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다만, 현재 아시아 직면한 핵심 문제는 금융 충격이라기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이라는 점에서 1997년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아시아에서 필요로 하는 원유 약 3분의 1이 공급 차질을 빚고 있으며, 휘발유와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며 아시아 전역으로 공급 부족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7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데이비드 루빈 선임 연구원은 "위기는 다양한 형태를 나타내지만, 이번 이란발 위기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아시아 국가들이 고정환율과 과도한 단기 외화부채, 부족한 외환보유액, 높은 경상수지 적자가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그때의 교훈을 얻어 경제가 훨씬 잘 방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에버딘 인베스트먼트의 페사 위바와 채권 투자 매니저도 "지난 30년 동안 아시아 금융 구조가 크게 발전했다"며 "더 깊어진 자국 금융시장과 확대된 국내 투자 기반, 단기 외채 의존도 감소로 1997년 대비 자본 유출과 강제 디레버리징 위험이 낮다"고 진단했다.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난 점이 우선 차이점이다.
한국 외환보유액은 1월 말 기준 4천억달러를 돌파해 1997~1998년 당시의 300억~400억달러 대비 크게 늘었다.
인도 외환보유액은 6천880억달러에 달하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도 30년 전보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었다.
유라시아그룹의 왕단 이사는 "충분한 외환보유액 덕분에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며 "현재 문제는 금융시스템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침체)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재정 완충장치를 강화해왔지만, 유가 충격이 지속한다면 성장 둔화 등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선임연구원은 "유가 충격이 아시아를 넘어 확산할 수 있다"며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공격할 경우 유가는 급등하고 신흥국 통화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중앙은행들은 통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해 달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금리 상승과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의 롭 서브라마니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서 이미 상당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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