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의 크립토ON] 스테이블코인 이자지급 금지, 금리→플랫폼 경쟁으로
◇클레러티(Clarity) 법안 논의, 느리지만 유의미한 진전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암호화폐 명확성 법안(Clarity Act) 수정안 논의에 있어 느리지만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3월 11일 법안 통과를 예상하면서 법안에서 요구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4월 말 클레러티 법안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5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다만 법안이 부결될 경우 하반기부터는 의회가 11월 중간선거 준비에 들어가면서 법안 통과 시기가 내년으로 밀려날 위험도 존재한다.
클레러티 법안의 주요 목표는 그간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규제의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 중 하나는 SEC와 CFTC 규제 기관이 각각 어떤 암호화폐들에 대해 감독 권한을 가질 것인가를 구분하는 것으로 이러한 법적 명확성을 바탕으로 암호화폐 산업은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이후 클레러티 법안은 수차례 개정을 거쳤으며 올해 3월에도 새로운 초안이 마련되었지만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이자 지급 여부를 두고 은행 업계와 암호화폐 업계가 합의 도달에 실패해 현재는 상원에 계류 중이다. 다만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4월 1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합의에 매우 근접해있으며 상원 은행위원회가 곧 법안을 심의할 것으로 보이고 이후 본회의 표결로 이어지며 향후 몇 주 안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vs. 암호화폐 업계의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논쟁
클레러티 법안 최종안 확정을 두고 은행업계와 암호화폐 업계가 가장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부분은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이자 지급 허용 여부다. 은행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 예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에 지급되는 모든 형태의 수익(이자, 보상)에 엄격한 제한을 두거나 완전히 금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저축예금은 평균 1% 미만의 금리를 제공하는 반면 코인베이스(Coinbase)는 USDC 예치 이자로 3.4%를 제공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단순 예치에 대한 이자 지급이 법적으로 금지될 가능성에 대비해 2025년 12월부터 유료 구독자에 한해 예치 이자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할 경우 미국 은행 시스템에서 최대 6조 달러 규모의 예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예금의 약 35%에 달하는 수치다. 한편 USDC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써클(Circle)사 CEO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으로 인해 이러한 대규모 은행 예금 인출이 촉발될 것이란 주장은 과장된 우려라고 주장했다.
현재 논의 중인 수정안은 양쪽 의견이 절충된 것으로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거나 플랫폼 내 이용이 많을 경우 이와 연동된 활동 기반의 인센티브는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은행과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예금형 상품은 금지하는 반면 플랫폼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은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자 지급 금지가 은행과 암호화폐 플랫폼에 미칠 영향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직접적인 이자 지급이 금지되는 대신 활동 기반의 보상이 허용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 및 플랫폼들의 경쟁은 단순한 금리경쟁에서 참여 유도 형태의 경쟁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나 결제, 스테이킹 등의 활동을 할 때만 보상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업계는 자사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은 거래,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체 체인과 지갑, 결제망을 연결시키고 송금, 결제에 있어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보상을 얻기 위한 이용자들의 온체인 활동 증가는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확장시키고 스테이킹 증가는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 금지가 단기적으로는 미국 은행업계가 우려했던 대규모 자금 인출을 막아준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암호화폐 플랫폼들이 결제 및 송금 인프라 플랫폼으로 확장,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은행과의 경쟁 구도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직접적인 이자 지급은 금지되지만 이용자들의 활동에 대한 보상 지급 구조가 확산한다면 일부 은행 예금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미국 상업은행 예금 잔고는 2021년 말 17조9천억 달러에서 2025년 12월 18조6천억 달러로 4% 증가한 반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천632억 달러에서 3천97억 달러로 90%나 늘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 상업은행 예금 대비 스테이블코인 비율은 2025년 12월 말 1.66%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과 미국 상업은행 예금이 과거 4년 평균 증가율로 성장할 경우 2032년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예금의 4.8%, 2037년에는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클레러티 법안 통과 등으로 산업 성장이 빨라질 경우 보다 이른 시점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플랫폼 보상 경쟁 심화, 협업 통한 대응 필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이 법적으로 금지된 이후부터는 단순한 금리 경쟁에서 플랫폼 보상으로 경쟁 구도가 변화하는 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들 역시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금융기관들도 암호화폐 플랫폼과 유사한 사용 기반 보상 모델을 도입하고 은행과 거래소가 카드 사용, 암호화폐 거래, 결제 등에 대해 연계하여 보상을 제공하는 공동 협업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양한 금융거래 확장 잠재력을 가졌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및 해킹 리스크를 안고 있는 DeFi와 은행이 연계하여 고객확인의무(KYC)와 자금세탁방지(AML)를 제공하는 규제 친화적인 허가형(Permissioned) DeFi를 구축해 기관용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래의 금융은 기존 금융시스템과 온체인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플랫폼 업계는 협업을 통해 상생을 도모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선 전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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