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적정 환율이 1,100원대?…저평가 원화의 향방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이란 사태로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을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적정 환율은 이보다 대폭 낮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거시경제 여건이 원화에 상당히 우호적인 상황으로 중동 불확실성이 걷히면 원화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월 정규장 기준으로 1,450원대에서 1,530원대 사이에서 움직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위험 회피 움직임이 확산하고 국제유가, 달러화가 치솟은 결과다.
꾸준한 오르막에 달러-원 환율은 결국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로 뛰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한 셈이다.
그러나 수출과 내외금리차 등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상황이 원화에 우호적이어서 적정한 환율은 400원 가까이 낮은 1,100원대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인 498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 규모가 상당했다는 얘기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미국 기준금리 상단(3.75%)을 기준으로 현재 1.25%포인트로 계속해서 좁혀지는 추세다.
지난해 한때 2%포인트였던 금리차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꾸준한 금리 인하로 점차 축소됐다.
금리차 축소는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 즉 달러-원 환율을 아래로 이끄는 요인이다.
상상인증권은 중동 상황을 배제하고 6개월 평균 무역수지와 한미 금리차를 활용한 모델을 통해 산출해보면 3월 적정 환율이 1,158원대라고 봤다.
3월 정규장 고점(1,536원) 대비 무려 378원 낮은 수준이다.
1분기 무역흑자가 직전 10년간 연평균 흑자인 438억달러를 이미 넘어서고 한미 금리차가 1.25%인 점이 반영됐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화의 저평가 폭이 매우 크다"면서 "모델의 과소 추정 경향과 200원 안팎의 수급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펀더멘털 대비 원화가 뚜렷하게 저평가 영역에 있다"고 강조했다.
원화의 과도한 절하 상태는 현재 원화를 짓누르고 있는 중동 리스크 해소 시 가파른 반등을 예상케 한다.
원화가 적정 레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환율이 높은 구간에 머무는 데 따른 당국 경계감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강화 가능성 등은 달러-원 환율 하락을 기대하게 한다.
아울러 달러 공급이 확대될 여지도 커졌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수급 대책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고,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관련 외국인 자금 유입도 순조롭다.
외환안정 세제 3종 세트 중 하나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출시됐는데 약 10일 만에 9만2천개 계좌가 개설되면서 해외로 나갔던 내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로 복귀할 태세다.
내국인이 세제 혜택을 받으며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해 달러를 내놓고, 외국인 역시 채권 투자를 위해 달러를 들고 들어오면 달러-원 환율은 아래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반도체 호조로 수출이 급증하는 등 외환 수급 여건의 개선이 기대되는 점은 원화 약세를 방어해줄 요인"이라며 "이달부터 유입되는 WGBI 편입 자금과 RIA 등 정부의 환율 안정 정책이 대외 리스크에 의한 원화 하락을 일부 상쇄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예찬 연구원은 4월 중 종전을 가정해 달러-원 환율이 전쟁 발발 직전 수준인 1,440원을 하회하는 급격한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12거래일 만에 돌아온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외국인의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되어간다는 신호일 수 있어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3일 주식을 8천억원 순매수했다. 앞서 11거래일 동안 이어진 매도 규모에 비해서는 작지만 방향 전환이 기대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약간 잦아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금 더 팔더라도 3월처럼 대규모 매도가 나타나진 않을 것 같다. 수급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이란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으면 4월은 환율이 안정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인한 환율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가 약달러 재료로 여겨지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를 시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환율 반락을 기대하게 하는 이벤트는 오는 4월 13일 주간에 개최되는 워시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라며 "SLR 규제 완화에 대한 진지한 발언이 나올 경우 달러 하락이 달러-원 하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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