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정선미의 돈터치] 채권시장에 오지 않는 봄, 아니 겨울의 시작 |
| 일시 | 2026-05-13 08:2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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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미의 돈터치] 채권시장에 오지 않는 봄, 아니 겨울의 시작
(서울=연합인포맥스) "봄이 늦게 오는가 했더니 가만 보니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 않은 것일 수 있을 것 같다." 20년 넘게 증권사에서 채권딜링을 해온 베테랑 트레이더는 지난 12일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이처럼 말했다. 이날은 채권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도 2.3% 밀리며 다소 크게 조정을 받았다. 달러-원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17.50원 급등한 1,489.90원에 마치는 등 트리플 약세였다. 국내증시가 8천선을 앞두고 모처럼 조정을 받았지만 채권시장은 반대급부를 누리지 못했다. 주식으로 자금이 몰릴 때 채권은 약세를 보이지만 반대의 상황에서 채권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금리는 오히려 더 올랐다. 같은 날 국고채 3년 지표물 금리는 민평기준 3.680%를 나타내 지난 3월 전고점인 3.630%를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10년물 국고채는 4.065%로 올랐다.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돌파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다음 주 선매출을 포함해 10년물 국고채 입찰이 3조2천억원 규모로 예정된 데 따른 공급 부담을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시장 심리 자체가 무척 취약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평가됐다. ![]() 장 마감에 갈수록 약세폭을 확대했는데 국고채를 내던지는 투자자는 있지만 받아주는 투자자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란 전쟁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호조 이후 채권시장이 한껏 움츠린 상태로 그동안 포지션을 많이 비워뒀다는 점이다. 지난 3월처럼 손절매가 국채가격 하락을 이끄는 장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처럼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은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4차례 인상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라는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 이번에 시작될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금리가 3.5%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장을 우호적으로 보는 참가자들조차도 2차례 금리 인상은 이제 기정사실이라는데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한 번으로는 통화 긴축의 효과를 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K자형 양극화와 반도체에만 집중된 경기 호황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평가되지만 일단 물가가 한번 올라 기대인플레가 고착화되면 금리인상을 한차례 이상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일 퇴임한 '왕비둘기' 신성환 전 금융통화위원마저도 이란 전쟁에 '물가'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달라진 뷰를 공유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불안한 모습에 물가 경로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수의견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여러 차례 주장했던 것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가 저해될 위험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그렇다면 양극화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느낄 부담을 금리 인하를 통해 완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는 7월이나 늦어도 8월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채권금리도 다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에 기반해 쉽게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는 인상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금리가 고점을 형성했다는 점에 있다. 처음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인상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에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도 모르면서 '고점'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적어도 성장률 전망과 물가 전망 상향 조정이 멈추어야 시장 금리 하락을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버슈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분기 실질 GDI 증가율이 GDP의 세배가량 높게 나온 점은 법인세 수입 급증과 재정여력 확대로 이어지며, 채권시장엔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GDI는 전년대비 12.3% 늘었다.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의 법인세가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인세 증가와 재정여력 확대는 다시 채권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마침 김용범 정책실장이 역대급 초과세수를 사회에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이와 궤를 맞춰 이재명 대통령은 긴축 재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적극적 재정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인 긴축 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있어 가능한 주장이다. 세수를 활용할 것이어서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우려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한번 쓰이기 시작한 재정은 향후 세수가 줄어들어도 같이 줄이기 어렵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좋다고 언제까지고 낙관하기 어려운데 구조적으로 지출을 '비생산적'인 곳에 늘리면 향후 재정에 부정적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금 국고채 금리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여기서 더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세계국채지수(WGBI) 수요 말고는 채권시장이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여간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WGBI 수요가 밀리는 금리를 막아줄 '해결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한 바 있다. 봄을 기다리던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이제는 겨울이 얼마나 길어질지를 가늠해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경제부 시장팀장) smjeo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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