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러-원은 '작고 예민한' 아이…외환시장 '심도'는 무엇인가
일시 2026-05-09 07:40:00
달러-원은 '작고 예민한' 아이…외환시장 '심도'는 무엇인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은 종종 같은 충격에도 주요국 통화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 원화가 아직 완전한 국제통화가 아닌 데다 외환시장 '심도(depth)' 역시 달러나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깊지 않아서다.

9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45)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최근 1년간 4.53% 상승한 가운데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 3월 한 달 동안 6.28% 급등해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정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4월 3.06%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1년간 7.41% 상승했으나 지난 3월 중동 이슈에도 1.64% 상승한 데 그쳤고 지난달 1.32% 하락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금융충격 발생 시 경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확대될 경우 원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폭은 약 0.65%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0.38%)보다 높은 수준으로 같은 충격에도 원화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이는 특징을 보여준다.

◇외환시장 심도, 대외 충격에 대한 '기초 체력'

시장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외환시장 심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환시장 심도란 대규모 자금 이동이 발생하더라도 환율이 급격히 변하지 않고 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거래 규모가 크고 시장 참가자가 다양할수록 충격을 받아내는 힘이 커지고, 반대로 시장이 얕으면 같은 재료에도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 2025년 약 9조5천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

반면 한국 외환시장은 거래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여전히 글로벌 주요 통화 시장과 비교하면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약 807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누가 거래하느냐가 환율을 흔든다

외환시장 심도는 단순히 거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의 구성도 중요하다.

수출입 기업,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글로벌 투자자 등 다양한 주체가 동시에 거래에 참여할수록 한쪽의 수급 쏠림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흡수할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특정 시간대나 특정 참가자 중심으로 거래가 몰리면 환율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원화 시장은 구조적으로 역외 영향이 큰 통화다.

서울 현물환 시장이 마감된 이후에도 싱가포르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가격이 움직이고, 이 흐름이 다음 날 국내 시장에 다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 수급 변화에 민감한 구조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달러나 엔화 시장은 참여자층이 매우 두껍고 거래 시간도 사실상 24시간 이어지지만, 원화 시장은 특정 시간대와 특정 참가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며 "같은 충격에도 환율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구조 개선도 결국 심도를 키우는 작업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 개선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 투자 기반 확대, 거래시간 연장, 시장 접근성 개선 등은 환율 수준을 직접 낮추는 정책이라기보다 시장이 충격을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확대, 24시간 외환시장 도입 논의 역시 투자자 기반을 넓혀 외환시장 심도를 키우기 위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한은 국제국은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및 WGBI 편입 추진을 통한 자본유입 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가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해 환율 변동성 완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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