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최욱의 정책한컷] 기획처와 예산처
일시 2026-05-08 10:58:50
[최욱의 정책한컷] 기획처와 예산처



(서울=연합뉴스) 기획예산처 현판. 2026.3.19 [기획예산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세종=연합인포맥스) 올해 초 출범한 기획예산처의 공식 약칭은 '예산처'가 아닌 '기획처'다. 출입기자단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물론, 정부세종청사 주변 표지판에도 기획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관가에서는 출범 5개월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기획처보다는 예산처란 약칭이 더 익숙하다. 기획처 관료들과 대화할 때 무심코 예산처라고 말했다가 기획처로 정정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타부처 공무원들은 아직까지 예산처라고 부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조직 약칭은 기본적으로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부처가 어느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공식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변경한 고용노동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환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소외된다는 논란에도 '기후부'로 약칭을 정했다.

기획예산처의 공식 약칭이 기획처인 이유도 명확하다. 핵심 업무인 예산 편성과 더불어 중장기 국가전략을 그리는 기획 기능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기획조정실·예산실 외에 미래전략기획실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기획처는 출범 이후 줄곧 미래전략 기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장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 회의를 수시로 열어 민간 전문가들의 고견을 듣고 있다. 위원장에는 '초격차 반도체 신화'를 이끈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을 위촉했다. 2012년 꾸려진 중장기전략위 위원장을 기업인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내 발표를 목표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2045 미래비전'(가칭)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기획처는 단순한 예산 부처가 아니다"며 향후 20~30년 대한민국을 내다보는 설계자로서 미래전략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중장기 전략과 정책 기획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만큼 앞으로 조직 운영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여전히 기획처보다 예산처로 불리는 이유에 대해선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기획재정부로 통합되기 이전 옛 기획예산처도 기획처를 공식 약칭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예산처라는 약칭이 훨씬 더 많이 쓰였다. 언론 기사에서도 기획처란 표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005년 당시 기획예산처는 언론사에 "기획처라는 약칭을 사용해달라"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예산 중심 부처란 인식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산 편성 권한이 두드러지다 보니 기획 기능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탓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기획예산처가 재탄생한 이후 언론 기사에서는 기획처란 약칭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주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5동으로 이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11일 입주 기념식을 열 계획이다. 이제 재정경제부와 물리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되는 셈이다. 새로운 둥지를 튼 만큼 앞으로는 기획예산처가 예산처보다 기획처로 더 많이 불리기를 기대해본다. (경제부 차장)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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