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한창헌의 단상] 중앙은행의 시대가 온다 |
| 일시 | 2026-05-07 13:3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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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단상] 중앙은행의 시대가 온다
(서울=연합인포맥스) 5~6년 전의 데자뷔는 없었으면 한다. 중앙은행이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행위 말이다. 윌리엄 마틴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중앙은행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을 치워야 하는 파티의 보호자"라고 했다. 펀치볼은 파티에서 사람들이 함께 마시는 큰 그릇에 담긴 칵테일이다. 금융시장에선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제공하는 즐거움(유동성)을 상징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그래서 펀치볼을 치운다는 건 경기가 과열되기 전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돌아서는 행위를 말한다. 호황을 넘어 과열 국면에 들어섰단 평가를 받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아픈 상처 속에서도 시장은 환호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주가와 채권,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년 반 정도의 짧다면 짧은 호황이었지만 임팩트는 매우 컸다. 글로벌 통화긴축이 본격화하면서 급격한 조정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초과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어진 긴축의 결과는 혹독했다. 공급망이 붕괴하고, 원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에너지 위기까지 찾아왔던 긴축 직전의 당시 상황은 지금과 매우 흡사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 그리고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지난 달 말에 열린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그러나 무려 네 명의 위원이 동결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시장에 큰 파문을 던졌다. 한 명의 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머지 세 명은 정책결정문에 '완화 편향' 문구가 포함되는 것에 반대하며 매파적 의견을 냈다.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보기 드문 내부 분열로,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 사이에서 연준 내부의 시각이 크게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언제 긴축으로 방향을 틀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같은 날 일본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열었다. 결과는 정책금리 동결이었지만, 세 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중립금리에 근접하도록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 매파적 기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엔저와 국제유가 급등은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압박을 주고 있다. BOJ가 하반기 어느 시점에 금리 인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국은행에서도 통화긴축 신호가 감지된다.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외부적 충격과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인상 사이클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라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의 예견대로 5월 금통위 때 매파적 소수의견이 나온다면 하반기에는 실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선 7월 또는 8월 인상을 주로 점치는 데, 5월 금통위 때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주장도 일부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과거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 초 미국의 폴 볼커 연준 의장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끌어올렸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지만, 인플레는 효과적으로 억제됐고 이후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은 신흥국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며 위기를 심화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았고, 이는 이후 10년간 세계 자산시장을 끌어올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국 중앙은행은 전례 없는 완화 정책을 통해 경제를 지탱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이 폭발하며 다시 긴축의 시대를 불러왔다. ![]() 이처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세계 경제의 안정과 불안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금리 인상은 가계의 대출 부담을 키우고,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으며,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제약을 준다. 반대로 금리 인하나 완화적 정책은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등 장기적으로 더 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중앙은행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종종 충돌한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히지만, 경기가 위축되고, 금리를 내리면 경기는 살아나지만, 인플레 우려가 커진다. 이 딜레마 속에서 때때로 중앙은행은 정책 기관을 넘어 정치적·사회적 책임을 지닌 거대한 권력 기관이 되기도 한다.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경제와 시장뿐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힘의 중심이 다시 중앙은행으로 모이고 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는 단연 '금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앙은행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인데, 결국 우리가 이들의 결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대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의 정책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시장 참가자들이라면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의 기술을 미리미리 습득하고 준비해두는 것도 좋겠다. (편집국장) chha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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