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원캐리 파장] 유통기한 짧아지나…환율 1,440원대 진입에 '청산 경계'
일시 2026-05-07 09:07:00
[원캐리 파장] 유통기한 짧아지나…환율 1,440원대 진입에 '청산 경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원화를 조달통화로 활용하는 원캐리 트레이드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확대 기조'에서 '청산 경계'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미 금리차는 여전히 원캐리 유인을 일부 남겨두고 있지만, 달러-원 환율이 1,440원대까지 내려오며 중동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원캐리 포지션의 손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그널과 일본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도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원화가 조달통화로 활용될 수 있는 기간도 예상보다 짧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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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원 1,440원대 복귀…'원캐리 전제' 흔들

7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낙관론'으로 1,455.10원에 정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중동 전쟁 발생 직전일인 지난 2월 27일 이후 최저다.

특히 연장거래 시간대에는 한때 1,439.60원까지 굴러떨어진 뒤 1,440원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기대에 달러인덱스가 97선까지 하락한 데다 국제유가도 10% 넘게 급락해 달러-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달러-원은 지난 2월 28일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달러 강세 압력에 지난 3월 31일 1,536.90원까지 급등했으나 최근에는 전쟁 민감도가 낮아지며 오버슈팅을 빠르게 되돌리는 모습이다.

이는 원캐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캐리는 원화를 빌려 달러 등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로, 원화 약세나 최소한 안정적인 환율 흐름이 전제돼야 유지된다.

달러-원이 빠르게 하락하면 환차손 부담이 커지고, 이자 차익 등 캐리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나중에 원화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환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이때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자산을 중도에 환매하고 다시 원화를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캐리성 포지션이 되감길 경우 달러 매도, 원화 매수 수요에 의해 원화가 강세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서학개미 '팔자세'…해외투자發 달러 수요 둔화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둔화 흐름도 원캐리의 지속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는 지난해 10월 역대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5억2천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투자도 4억7천만달러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는 원캐리 확대를 뒷받침해온 해외투자발 달러 수요가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순매수할 경우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발생하지만, 반대로 해외주식을 매도하면 신규 달러 수요가 줄고 일부 환전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

물론,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도가 곧바로 달러 매도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매도 대금을 외화 예수금으로 보유할 경우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해외주식 순매도 전환은 원캐리 수급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원화를 팔고 달러자산을 사는 트렌드가 힘을 잃으면 달러-원을 떠받치던 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은 '금리 인상론'도 변수

한국은행의 매파적인 기류도 원캐리의 유통기한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을 언급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가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우는 가운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서프라이즈와 지난달 수출 호조로 성장 둔화 우려가 완화됐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 원화 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한은의 인상 가능성이 부각될수록 원화 조달 비용은 높아지고, 한미 금리차 축소 기대까지 더해질 경우 원화를 빌려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거래의 기대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한 이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기 때문에,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보다는 물가 대응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달러-원 환율 월간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 이후 한은이 성장보다 물가와 금융안정에 더욱 비중을 둘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5월 금통위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신호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엔캐리 청산 경계도…원캐리 재평가 압력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추정 움직임도 원캐리에는 경고 신호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157엔 부근에서 당국 개입 추정에 의해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달러-엔 환율이 장중 155엔선까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엔캐리 청산 경계감이 확대되면 원캐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엔화 숏포지션 청산은 달러 매도 압력을 키우고,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전반의 강세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원캐리가 엔캐리처럼 구조적인 장기 트레이드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원화는 엔화보다 금리 수준이 높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원캐리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확대보다는 청산 리스크를 더 의식해야 하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보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달러-원이 1,400원대 중반 레벨에 안착하고, 해외투자발 달러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한은의 인상 가능성과 엔캐리 청산 경계까지 동시에 부각되면서 원화 조달통화 활용의 매력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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