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이종혁의 투자] 침묵에는 결과가 따른다 |
| 일시 | 2023-05-31 09:2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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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의 투자] 침묵에는 결과가 따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외의 이슈로 시선을 끌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개혁을 못 하고 재정, 통화정책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견해를 펼쳤다. 이 총재의 발언은 다양한 경력과 해외에서 얻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근거 있는 지적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총재는 경제학과 교수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변신해 정부에서 경력을 쌓았고,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해외기구에서 일하면서 다른 선진국이 앞서 처한 저성장과 구조개혁 실패들을 다각도로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해볼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 이 총재는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노동, 연금, 교육 등의 개혁이 필요하지만 "혜택을 보는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되는 것 등으로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노인 돌보미 등을 언급하면서 해외 노동자 활용 문제도 언급했다. 결국 재정으로 돈 풀고 금리를 낮추는 땜질 처방으로는 안 된다는 게 총재의 결론이다. 최근 국내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78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꼴찌다. 거기에 급격한 고령화로 국가 재정 건전성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 대한민국의 암담한 현실은 가계부채에도 있다. 이달 나온 국제금융협회(IIF)의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34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이는 1년 전보다는 3.3%포인트 낮아진 수치지만,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사실 사회 구조개혁은 정치가 물꼬를 터야 할 일이다.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대립을 풀어내기 위한 대화를 끌어내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부담이 쏠린다는 것은 정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요즘 글로벌 선진국이 공통으로 겪는 일이다. ![]() 한은 총재가 물가와 금리가 아닌 쓴소리를 내놓은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두뇌집단인 중앙은행이 장기 과제에는 눈감고 침묵한다는 게 납득이 되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또 세계국채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장기 투자자들도 앞으로 문제 해결 가능성 측면에서 이런 논의가 활발한 곳을 눈여겨볼 여지가 있다. 한은총재의 발언은 사회적 논의에 참여해야 할 시민의 주의를 환기하고,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모든 말에는 결과가 따른다"고 했고, 이어 "모든 침묵에도 그렇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 상황에서 지적 리더들의 침묵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liberte@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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